지난주 토요일 저녁, 서울 한강을 벗삼아 곧게 뻗은 88도로는 여의도 방향으로 반포대교를 지나 동작대교에 이르면서 서서히 정체를 빚고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그 유명한 "세계불꽃축제" 때문이었죠. 얼마전에도 생각했지만 집에 아이를 여기에 데려와 볼까? 혹은 아마도 이를 구경하려고 여의도 둔치에 삼삼오오 연인들이 제법 모이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차량이 88도로를 가로질러 여의도에 인접하면서 예전에 가졌던 단순한 예상 그 이상의 경관들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행사장에 가까워지면서 차량은 도로 갓길에 한줄이 아닌 이중주차로 늘어서 있었고 63빌딩 진입로 깃점에서는 3차선이 모조리 무단? 주차장으로 변해있었기에 병목현상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3중으로 정차된 차량을 피해 두 차로, 1,2차선으로 간신히 진행하던 어떤 차량은 이내 접촉사고를 빚기도 합니다. 하지만 행사로 인한 통행시간은 평소보다 두배 이상이 걸렸어도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왠만한 지루함이나 불쾌감을 찾기 힘들어 보입니다.
다름 아닌 "세계불꽃축제"의 경관이 아름다운 장관의 장관으로 이어지면서 보는 이들의 엄청난 탄성을 불러일으켰고 제각기 목적지를 향하는 많은 운전자들의 관심과 눈길을 한데 모으고 있었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커다란 장관을 보면서 저러한 단순한 불꽃들이 사람들에게 엄청난 감동과 희열을 주는구나...라는 생각과 예전에 언론을 통해서 혹은 피시의 모니터를 통해서 봐온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자신이 몰랐던 아름다운 것들이 참 많이 존재한다라는 생각과 이렇게 끔찍스런 광경을 보면서 불쾌감 혹은 좋은 감정의 동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정신이상>일 거라는 잡스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지며 행사 이후, 인터넷을 달굴 뜨거운 기사들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모든 일과를 마치고 포털사이트의 기사를 마주하는 순간, 제 스스로 눈을 의심케 하는 기사를 보게 됩니다.
불꽃축제에 관한 기사라고 해봐야 딱히 눈에 띄는 기사는 하나 밖에 없었는데 축제가 남긴 격한 감동의 반응이 아니라 행사 후에 남긴 25톤의 쓰레기로 여의도가 쑥대밭이 됐다는 기사와 함께 땅바닥에 곤두박질한 시민의식을 꼬집는 글이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인간들 어련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현장에서 장관을 목격한 나로서 축제를 압축하는 한줄의 기사가 하필이면 부정적인 내용이어야 했나 라는 아쉬움은 쉽게 떨칠 수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장관을 보는 순간, 처음 경험해 보는 찬란한 감동에 어느 것과도 비교불가하다는 확신과 함께 글로서 혹은 조그마한 영상으로는 절대 묘사 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부정적인 어투의 기사로 단순히 압축,표현되는 이번 행사가 뭔가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됐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찬란한 감동 VS 25톤의 널부러진 쓰레기와 주저앉은 시민의식
이번 행사는 (주)한화에서 기획했으면 그 주인공은 다른 아닌 그룹의 총수인 김승연 회장이라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김회장이 수감 중이던 때에 많이 힘들어 하는 사회와 시민들을 생각하며 용기를 북돋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는 것입니다.
김회장이 수감되는 과정과 원인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그가 개인적 어려운 상황에서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세심한 준비를 한 것과 50도를 넘나드는 열사의 땅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족을 행사에 초청한 일들은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 취지가 좋고 내용이 훌륭했어도 한줄로 요약되는 기사의 평가가 혐오스런 내용이었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필자는 내용의 심각성을 자세히 살피지 않고 긍정적인 측면만을 고집하는 입장에서 좋은 측면을 충분히 피력하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을 강하게 꼬집는 기사의 집필인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게 되었고 이것이 한국사회의 비뚤어진 시각이라고 확대해석하기에 이르렀죠...
그런데 행사에 따르는 전체적인 내용과 기사를 주의 깊게 훑어보면서 시민의식을 꼬집는 기자를 반박하기 무색할 만큼 시민의식은 형편이 없음을 보게 됩니다. 자리다툼에 여기저기 흩어진 쓰레기 하며 일반쓰레기가 아닌 음식물 쓰레기로 악취가 진동하는 현장... 여기에 가세하는 여러곳의 술판과 막무가내식의 추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하늘에 수놓은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 할 길이 없지만
땅바닦에 곤두박질하는 저급한 시민의식의 끝은 알 길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외국의 야외공연을 여러차례 다녀 봤어도 항상 자신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현지 관람객에 반해 쓰레기와 갖은 추태를 동시에 내던지는 한국의 관람객을 보면서 행사 현장의 외국인을 빤히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어글리코리언이란 단어는 이제 모두에게 익숙해진 고유명사가 되버린 시점에 왜 하필이면 이렇게 치욕스런 단어가 우리가 아닌 외국인에게도 익숙해졌을까? 하는 반문과 함께 지금 현재의 수준으로는 어글리라는 수식어의 반박에 적절한 정당성은 찾기가 힘들 것입니다.
이래서 인생에는 참 모순이 많습니다.
죽음을 코 앞에 두고서도 삶에 애착을 갈구하는 것과
모든것을 내려 놓을 만한 인격을 쌓지 못함에도 성인군자식의 빛나는 가름침을 쏟아내는 것과
한정된 부를 혼자서 모조리 차지할듯한 사악한 탐욕이 있어도 양선과 나눔을 설파하는 것.
이로서
세계불꽃축제를 보면서 우리의 가까이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의 극치와 함께 현재 우리 수준인 추함의 악취를 동시에 보게 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을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가 모두들 힘들어 하고 여기 저기서 죽겠다는 아우성은 비단 경제적인 문제가 아닌 정신적 그리고 정서적 인격의 문제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 청소에 힘은 들지만 황홀했던 축제에 감동하고 기뻐하는 100만의 많은 군중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어느 자원봉사자의 말이 생각납니다.
아마도 이웃을 배려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행사를 기획하는 수고가 행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황홀한 불꽃보다 더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어글리코리언이란 단어가 쉽게 지워지지 않겠지만...........
"You are the salt of the earth. But if the salt loses its saltiness, how can it be made salty again? It is no longer good for anything, except to be thrown out and trampled by men. Matthew 5:13
<환상과 파멸이 공존하는 타이타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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