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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화려함과 곤핍을 오가는 가수의 딜레마
















 


                        


며칠이 지나면 성탄절,  그리고 며칠이 지나면 2011 한해가 저물겠죠.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보다 오히려 오는 성탄과 연말을 맞이 할 마음의 여유와 준비가 되어 있질 않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입니다.

올해는 여느때와 달리 길거리에서 여유 없는 시대를 반영한 듯 구세군의 종소리는 예전처럼 눈에 띄질 않습니다.

그래도 성탄하면 자연스럽게 단골메뉴처럼 등장하는 그림이 있는데
다름 아닌 산타클로스입니다. 많은 선물을 바리바리 눈썰매에 싣고서 루돌프 사슴을 선두로 공중을 휘젓는 산타클로스의 상상은 물론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진지하게 또 재미있게 이 얘기를 해 줘야하며 더불어 (아직 준비 못한)  산타를 대신해서 아이들에게 선물도 안겨 줘야 합니다.
그런데 묘하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k후라이드치킨 할아버지와 닮은 점을 발견했습니다.
후덕하고 근엄한 인상에 근심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인자한 얼굴... 빈곤과 근심은 이들에게서 눈꼽만치도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선물을 줄 것 같은 푸짐한 선물과 하늘을 날으는 산타클로스는 마치 요술사가 아닐까하는 착각마저 같게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상의 산타와도 같은 기대와 환상을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는 <가수>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수를 가리켜 <우상>이라는 의미의 IDOL이란 명칭을 부여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가수들의 삶이 그렇게만 녹녹해 보이질 않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그들의 보금자리가 일그러지고 쪼개어지고 소송에 갖은 비방이 난무하며 여러가지 이유에서 헤이지는 커플과 떨어져 사는 가정, 그리고 생계를 꾸려가기에 벅찬 환경과 가족 일원의 투병, 그리고 보장 되질 않은 노후를 들여다 보게 됩니다. 한때 그들도 최상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당면한 현안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항상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 중계 카메라를 의식하며 무대에 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대낮에 일반적인 생활도 영위하기 힘든것 또한 사실입니다.
때로는 가정을 건사하기 위하여 해가 저문 어둠을 뚫고서 여러 업소를 누비며 때로는 박수가 아닌 ?세례를 받아가며 수 많은 난처한 상황에 부딛치곤 합니다. 이렇게 고단한 시간이 하루 이틀 한해 두해 지나지만 여간해서 이러한 비틀어진 생활패턴에서 벗어나질 못하며 이는 결국 가정불화의 불씨가 되어 가정의 위기로 발전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보게 됩니다.

주변의 S모 가수는 한때 불미스런 일로 미국으로 건너 간 적이 있었습니다.
몇해가 지나도 출입거부가 염려스러워 줄곧 그곳에서 지냈습니다. 남들은 그가 유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는 그곳에서 친구와 함께 노래방을 운영했고
결과가 좋지 못하여 청소를 비롯 허드렛일을 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때는 한국의 대표하던 인기 가수였던 그도 쉽사리 현실의 패턴과 이상에서 언급한 일상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또 어떤 음악인은 지도했던 뮤지컬이 놀라운 흥행을 거두며 부유해진 그는 이후로 큰 요식업을 시작하여 생활의 많은 변화를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일이 뜻데로 되질 않고 얼마 못가서 모든 것을 잃고 심지어 가정까지 흩어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왠만한 유학 경력은 내세우지 못하는 요즈음, 그래도 그 세계에서 이름을 떨친 음악인임에도 불구하고 하나 둘씩 낙엽처럼 떨어져 나뒹구는 그들의 모습 속에 남들과 같은 비아냥을 던질 수 없습니다.

가수들을 보면 참 단순한 데가 있습니다. 너무 음악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분야에 그리고 꾀를 부리는 요령이 없습니다 음악이 좋아서 집구석에 틀어 박혀 잡식성 동물처럼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종일 음악에 심취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감성이 풍부한 좋은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해지는 그릇된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재주 부리는 곰이랄까 이용은 당해도 남을 이용하는 빈도수가 현저히 적다라는 것입니다.
임재범이가 모든 것을 버리고 일년간 산속에 틀어 박힘도 친구의 핀잔이나 남에게 알리지 못한 자신의 초라함...
포함하여 아마도 그간 이용 당하면서도 부당한 대우와 평가에 대한 배신감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가져봅니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자기들의 모든 것을 들어 줄 수 있는 부자로 생각합니다.
아버지가 옆에만 있어도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아버지를 부자라고 자랑하며 많은 것을 사달라고 졸라댑니다. (사실, 아버지는 여유롭지 않은데....)

마찬가지도 대중은 사랑 받고 아끼는 <가수>에게 무한한 기대와 무언의 요구사항을 나열합니다.
가수 또한 곤핍한 아버지와 같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지만 대중은 이런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습니다.

철없는 아이가 여유가 없는 아버지에게 막무가내식으로 뭐를 사달라 떼쓰는 것처럼 주변의 많은 대중은 가수에 대해 요구사항이 너무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가수>는 이래야 되고 <가수>는 이런 것을 보여 줘야돼......

이런 반복되는 질타와 평가, 요구 뒤에 잊혀지는 가엾은 존재로 전락하는 가수를 보게 됩니다.  (무정한 자식이 그랬던 것처럼)

즉 음악인의 번뇌를 모르고서 그들을 질타하는 사람들은 아버지를 귀찮게 하는 철 없는 아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1923년, " 산은 왜 오르나? " (why climb Everest?) 라는 뉴욕 타임즈의 질문에
"산이 그곳에 있으니까" (Because it is there") 라고 답한  조지 말로니의 유명한 대답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무모한 도전도 한가지 이유에 속하지만
그곳에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이 도사리고 뜻하지 않은 난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가수> 또한 이와 같은 맥락의 도전일 것입니다.
위험이 있어도 누군가가 길을 개척하고 누군가가 그곳을 정복해야 하는 것...

그래서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고 격려받을 자격을 갖춘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대에 서는 <가수>는 우리와 같이 인생이라는 무대 위의 동일 선상에 선 우리의 이웃이기에 함부로 그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폄훼하는 것은 지극히 무례한 일이 아닐까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