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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적우를 통해 본 <가수가 살아가는 법>


 




             

 

 

가수들이 하나 같이 얘기하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처음 간주가 흐르는 몇초 동안은 숨이 멎는 듯한 긴장감이 흔른다.

아무도 없는 황량한 벌판과 같은 무대 위에서 고목과 같이 우두커니 서있는 가수는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존재로 비춰지는 것일까? 

아마도 먹잇감의 죽음을 기다리는 굶주린 하이에나 앞에 놓인 상처 입은 어린 노루라는 상상도 해봄직 하다.
관중들의 무표정 속에서 긴장이 아닌 한편의 표독함을 느낄 수 있고 또 한편 그들의 아픔을 읽을 수 있다.
가수는 자신의 감정이 극에 달할 때 에너지를 발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청중의 아픔을 읽고 헤아릴 때 더 큰 감격을 경험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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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R 1차 경연에서 꼴찌?를 예상했던 적우가 2위를 기록한 점은 말그대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에 대해 뜬금없는 조작설이 제기될 정도로 그만큼 적우가 그동안 보여준 굴곡 많은 과정과 이번의 호성적은 적지 않은 의미로 해석됩니다.
본인이 그동안 감수했던 힘들었던 시간을 감안할 때... 최근들어 보기 드문 그녀의 행보는
<가수는 무엇이며> <가수가 살아가는 법>에 대한 관심의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뗄수 없는 고난은 돌이킬 수 없는 운명

그동안 두해를 걸치며 나가수 내에는 참 많은 사건과 함께 환희의 즐거운 비명, 아쉬움의 눈물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두가 인정하는 섭외하기 퍽이나 힘들었을 김건모의 탈락, 이러한 대형사고?를 보듬으려다 중도 퇴단의 길을 걷게 된 김영희 피디, 잠자던 거인의 깨어남으로 전국을 들썩이게 한 임재범은 맹장의 이상으로 생명까지 위독한 상황에 이르기도 하고 보이지 않은 가수들간의 견제와 다툼, 옥주현의 마녀사냥?에 가까운 힐난과 안티의 공격은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되고 게중에는 큰 맘먹고 벼르던 초심과 달리 조기 탈락을 맛본 가수도 있고 개인적 스케줄 때문에 밤샘하기 일쑤이고 때문에 몸도 가누기 힘든 체력저하와  말하기도 힘들 정도의 무리한 성대 혹사도 있었습니다. 
끝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고통스럽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적우의 말에서 그동안 경연을 통해서 가수들이 치뤘던 어려움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가늠하게 됩니다.



이렇게 찬찬히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가수들이 겪는 어려움은 단순 그 이상이지만 대부분의 대중은 여기에 별 관심이 없어보이며 이미 기억에서 많이 사라진 모습입니다.대체로 노래의 감미로움에 빠져 여념이 없으며 무엇보다 치열한 경연의 결과인 순위는 최대의 관심사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운명과도 같이 당연스레 받아들여지는 가수들의 외형적인 고단함도 만만치 않은데 이외에 그들이 겪는 삶의 무게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언제까지 보장할 수 없는 그들의 활동과 불규칙한 수입, 생활패턴, 현실적 심각한 제약은 단란한 가정마저 위기로 몰아가고 이따금씩 극단적 행동을 취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데 이는 그들이 겪는 극심한 어려움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좁은 지면에 이것을 논하기란 커다란 모순이지만 가수들이 겪는 어려움은 아마도 수도승 혹은 성직자가 겪는 고행의 길과도 유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물론 그 길은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지만 본의 아니게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부담을 함께하는 애꿎은 <가족>과 아무리 의도가 좋다손 치더라도 결과적으로 당면하는 현실적인 한계와 절망감은 서로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물론 게중에는 가뭄에 콩나듯 대박을 터트려 호의호식하며 보란듯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가 이러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경이 꼭 나쁘게만 이해될 소지는 아닌 듯 합니다. 음악이라는 자체가 그리고 영혼을 사랑하며 돌보는 일이 일방적인 의사표현이 아닌 상대의 눈높이에서 그들을 섬기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에 예술인은 피상적인 가르침을 떠난 현실에서 삶으로 이웃과 어울려야 하며 이 과정에서 불과분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기도 하고 오히려 그자리를 찾아나설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음악의 본질은 <쟁취>와 <업적>이 아닌 <나눔>에 기인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 본질이 숭고하고 아름다워도 여기에 따르는 운명과 같은 아픔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실력으로 승부하라. 실력이 아니면 정신력으로....(미치거나 까무러치거나)

                                          

나가수 12R 1차 경연에서 뜻밖의 2위를 거머쥔 적우에게서 예전과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근본적인 다름은 아니지만 우선 표정과 자신감에서 큰 변화를 찾을 수 있고 매번 지적되어 오던 자신감이 결여된 어정쩡한 음정과 내뱉는 발성에 나름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애를 태워도 이러한 기본적인 음악적 틀을 갖추지 못하면 기대이하의 결과를 얻게 되고 이후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적우에게 있어서 이번 경연은 음악이 아닌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고비라 할만큼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적우가 지난번 부진한 경연 때문에 치뤘던 지독한 곤혹에 이어 이번 라운드에서 탈락이라도 했다면 아마 전국민을 상대로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을 것입니다. 탈락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얼마든지 좋은 무대를 보일 수 있음에도 그러한 기회를 스스로 놓침에 대한 안타까움일 것입니다.

한번이라도 충분히 십분 기량을 발휘하고 인정받고 탈락하는 것과 편견과 오해에서 비롯된 상처난 모습으로 탈락하는 것은 천지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한번의 재기가 이후의 많은 평가에 있어서 큰 긍정적 기준이 되고 또 다른 기회의 단초가 될 것입니다.

이번 경연에서 적우가 보여 준 또 다른 모습이라면 음정과 발성에서 나름 안정을 찾은 점과 함께 무대를 주도하는 역동적인 자신감을 단연 꼽을 수 있습니다. 분명 이것은 그동안 쌓은 경험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며 예전의 다른 무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 자신감이 적우 본래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요지는 습관적인 무대매너를 언급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가 모든 음악적 면에서 완벽하다는 얘기도 아닙니다. 단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을 최대한 쏟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쉬운 예로 아무리 값싸 보이는 재질이라도 장인의 손길을 거쳐 고가의 명품으로 탈바꿈 하듯이 굳이 자신의 부족함에 연연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내라는 것입니다.
조금 직설적인 표현으로 <미치거나 까무러치거나>라는 표현이 어느 정도 상관 있어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가리켜 성대대결이라는 용어를 써가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같은 외침이라고 엄연히 민폐가 있고 감동이 있듯이 여기에 반응하는 대중의 수준을 의심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단지 민폐와 감동이라는 차이 이상으로 구분되는 것이 있으니 <가식>과 <진정성>의 차이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수 안치환에게서 꾸밈 없는 그러면서 진한 진정성(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나가수에서 볼 일은 없지만) 

더불어 적우의 큰 장점으로 진솔한 그의 내면을 언급하고 싶습니다. 그는 분명 남이 갖지 않은 좋은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닌 감동의 요소가 있으며 무엇보다 이웃을 이해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일의 모임에서 한 음악인이 독창을 할때면 그것도 노래냐며 주위 동료들의 때려 치우라는 웅성거림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겉으로는 모양새를 꾸민 듯 하나 실상 가장 독선적이고 연합하기 힘든 것이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적우는 이러한 오만함과 달리 순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가수가 제아무리 탁월한 음악적 출중한 재능으로 무장하고 뛰어난 무대매너를 보여줘도 심적인 기본에 부족함을 보이고 가식으로 일관한다면 결국 대중은 그 가수에게 우롱당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비약을 하자면 현모양처를 자처하지만 무정하고 가증한 여자보다
설령 고상한 직업은 아닐지라도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 더 아름답게 이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수는
때때로 이웃을 대신해 목놓아 울어주는 사람이기도 하며
때로는 화려함? 뒤에 남이 모르는 고단함으로 속앓이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들의 안녕과 영광이 보장된 것도 아니지만
계산에 서투른 그들의 울림은 오늘도 세상을 움직이는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